법원이 왔는데
증거가 없었다
법원이 증거보전 결정을 내리고 현장에 출동했습니다. 그런데 투표용지 상자가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선관위는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핵심 요약
서울동부지법이 6월 10일 잠실7동 제2투표소 현장 검증에 나섰으나, 법원이 증거보전 결정을 내린 "인쇄매수 1,900매" 투표용지 보관상자가 이미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선관위는 "우리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 시간 순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잠실7동 제2투표소(우성아파트 경로당)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지연됩니다. 이 투표소가 이번 사태의 핵심 현장이 됩니다.
경찰 무력 투표함 반출 · 국민폭행/상처
경찰이 해당 장소에서 공원력으로 시민들을 끌어내며 투표함을 반출합니다. 이후 국민들이 들어가 갖가지 증거들을 수집합니다.
법원 증거보전 결정
서울동부지법 민사51단독 김지연 부장판사가 "인쇄매수 1,900매" 투표용지 보관상자에 대한 증거보전 결정을 내립니다. 개혁신당 김정철 최고위원이 신청한 것입니다.
현장 검증 — 상자 없음 확인
오후 3시, 김 부장판사가 현장에 출동합니다. 27분간 증거물 확보에 나섰으나 투표소는 이미 경로당 본래 모습으로 돌아간 상태였고, 투표용지 보관상자도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선관위에 사실조회 예정
법원은 선관위 등에 보관 장소를 묻는 사실조회를 다시 거칠 것으로 전망됩니다. 상자의 행방은 새로운 법적 쟁점이 됐습니다.
"우리가 안 갖고 있다" — 선관위가 한 말
"투표용지 박스는 우리가 안 갖고 있다. 어디에 있는지 자세한 사항은 확인해봐야 한다."
"투표함이 아닌 투표용지를 담던 상자인 만큼 법적 보관 의무가 없다."
선관위의 입장을 정리하면 두 가지입니다. 첫째, 현재 상자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 둘째, 법적으로 보관할 의무가 없는 물건이다. 이 두 가지 입장이 결합되면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왜 이게 심각한가 — 3가지 이유
법원의 증거보전 결정이 무력화됐다
법원의 증거보전 결정은 단순한 권고가 아닙니다. "지금 이 물건을 확보하지 않으면 나중에 재판에서 쓸 수 없게 된다"는 사법적 판단입니다. 그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물증이 없었다는 것은 사법 절차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입니다.
"보관 의무 없다" 논리의 위험성
투표용지 상자가 법적 보관 의무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 물증인 상황에서 "법적 의무가 없으니 어디 있는지 몰라도 된다"는 논리는 사실상 증거 인멸과 동일한 결과를 낳습니다. 법적 의무가 없어도
보관해야 할 상식적 의무는 있습니다.
선관위가 자기 물건의 행방을 모른다
투표 관련 물품을 관리할 책임이 있는 기관이 자신이 관리하던 물건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한 관리 부실입니다. 조작 의혹과 별개로, 이것만으로도 선관위의 물품 관리 체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증거보전은 민사소송법상 절차로, 본안 소송 전에 증거가 멸실되거나 사용하기 어려워질 염려가 있을 때 법원이 미리 증거를 조사·확보하는 제도입니다.
법원이 증거보전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이 증거가 사라질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상자는 어디 갔나 — 세 가지 가능성
세 가지 가능성 중 어느 것도 선관위에 유리한 상황이 아닙니다. 가장 단순한 설명인 "내부 소통 문제"조차도 선거 핵심 물증에 대한 관리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법이 허용했기 때문에 증거가 사라졌다
투표함·투표지·개표상황표 등은 법적 보존 의무가 있지만, 투표용지를 운반하던 상자 자체는 그 대상이 아닙니다.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보관하지 않은 결과, 사태의 원인을 규명할 가장 직접적인 증거가 사라졌습니다.
증거가 사라진 것 자체가 새로운 문제다
투표용지 부족이 고의였는지 실수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것을 밝혀줄 핵심 물증이 사라졌습니다.
선관위의 "법적 의무 없다"는 설명은 법률적으로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 사태의 당사자가 관련 물증을 보관하지 않았다는 것은, 법적 의무 여부와 관계없이 기관 신뢰의 문제입니다.
이번 사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선관위는 이 사태를 해명할 의지가 있는가, 아니면 없는가. 물증이 사라진 지금, 그 의지를 보여줄 방법은 더욱 제한됐습니다.
지금 당장 선관위가 해야 할 것:
- 투표용지 상자의 현재 소재 전수 조사 및 공개
- 6월 5일 난입 당시 현장 CCTV 영상 전체 보존 및 수사기관 제출
- 투표용지 인쇄 수량 관련 모든 기록 법원 제출
- 향후 선거에서 투표용지 관련 모든 물품을 법정 보존 대상으로 지정하는 법 개정 추진